Backrooms
by 케인 파슨스 (Kane Parsons)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를 컨셉으로 다룬 작품.
리미널(liminal)은 경계, 문턱이라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온 말이다. 실내나 실외를 특정하지도 않고, 머무르기 위한 용도의 공간도 아니다. 학계에선 애매하거나 중간 단계의 상태로 분류해왔다.
건축에서는 좀 더 직관적이다. 한 공간과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고, 사람은 그 안에서 단순히 지나거나 통과할 뿐이다. 복도와 계단, 주차장, 지하철역 등이 그렇다.
그래서 사람이 없으면 이상하게 느껴진다. 복도는 사람들이 지나다녀야 자연스럽고, 역은 누군가 기다리고 있어야 자연스럽다. 리미널 스페이스가 주는 오싹함은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인공적인 공간에서 사람이 없어서 생기는 부자연스러움에서 생겨난다.
그런 점에서 케인 파슨스의 <백룸>은 흥미로운 모순 위에 있다. 사람이 없어야 긴장감이 조성되는 공간에 사람을 집어넣는 시도를 했다.
인간의 기억이 가진 불완전성으로 풀어냈다. 우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익숙한 장소는 머릿속에서 조금씩 어긋난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도 다른 모습으로 재조립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들이 애매한 모습으로 남는다.
백룸도 그렇다.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실재했던 인물들 또한 뒤틀리고 변형된다. 불완전한 기억이 만드는 애매함으로 사람이 없는 공간에 서사를 부여한 셈이다.